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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Talk in USA

Not a technician but a SCIENTIST!

한국에서 석사 1학기 때였다.
은퇴를 1년 앞둔 노교수님이 계셨는데, 나의 지도교수님이 아니었는데도 그 분 밑에서 연구를 하게됐었다. 그 분의 이력서를 봐도 그렇지만, 학과에서 워낙 깐깐하다고 소문이 났던 분이셨다. 그 분 밑의 석사과정 학생들조차 3년이나 걸려서 졸업하기 일쑤였다고 하니 겪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 분의 형님되시는 분이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 사령관으로 유명한 분이셨고, 가끔 그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집 내력같기도 하고, 여튼 깐깐하고 꼬장꼬장한 선비같은 분이셨다.

하루는 정말 두꺼운 전자회로 책을 3권 주시더니 (심지어 비전공자에게), 그걸 다 읽어오라고 하셨다. 한 몇 주가 지났을까? 갑자기 그 책을 다 봤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직 다 못읽었습니다"라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자네 예전같으면 쫓겨났네"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대학원에 들어온 이상 석사만 졸업하고 취업을 하던, 계속 진학을 하던 자네는 시키는 일만 하는 technician이 아니라 scientist가 되도록 항상 노력을 경주해야한다고 일침을 놓으셨다. 공부하고, 생각하면서 연구를 하란 뜻이라고 난 아직도 이렇게 해석을 하고 있다.

나도 학부 졸업을 하고 이때까지 연구라고 하는 것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매너리즘에도 빠지고, 좋은 결과를 낼려고 몰두하다보면 공부라고 하기보단 정말 technician처럼 계속 반복된 일만 하는 나 자신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실험 장비 하나를 마스터하기 위해서 계속 비슷한 일만 하기도 한다.
 
얼마 전, 랩 애들과 CV작성법에 대해서 이야길 하다가, 내 CV에는 Skill란을 만들어서 내가 쓰는 장비와 갖가지 프로그래밍 관련 내용을 써놨다고 했다. 근데 제이슨이 이전에 "Ph.D.가 본인 CV에 Skill란을 적는 것은 professional 하지 않게 보이니 빼는게 낫다"라고 말을 해줬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박사학위를 받고 공동기기실에서 TEM, SEM같은 장비담당 manager를 하는 학교 사람들이 생각났었다. 그 분들도 다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사람들이지만 사실 scientist라고 부르지도 않고, 가끔 이야길해봐도 본인들조차 스스로 당당하게 그렇게 말을 하지 않는다. 물론 더 이상 연구에는 관심이 없어졌던지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겠지만 말이다.

한동안 raman을 쓸 일이 없어서 너무 안쓰다가, 간만에 쓸려고 하니 사용법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스스로 자책도 하면서 말이다. 근데 사용하기 전에 다시 공부를 하고, 막상 두어시간 쓰다보니 다시 생각도 나면서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도 알게 되더군.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장비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우선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몇 자 끄적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