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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Talk in USA

Ph.D. Defense

평온 2010. 4. 22. 02:30
어제 우리 연구실의 8년차 여학생의 defense가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fail 됐습니다.
원래 material science에서 박사과정 4년차 까지 있다가, applied physics로 옮기면서 우리 연구실로 들어왔는데 벌써 그것도 4년이 지났습니다. 문제는 이 여자애가 좀 게으르다는거지요. dallas 출신의 히스패닉 계열의 백인 여자애인데, 매번 나한테 히스패닉 애들은 좋은 교육을 받을려는 의지가 없다, 게으르다 등등의 흉을 보면서 정작 자신은 부지런한 척만 하면서 일을 안하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마음씨로는 super cool한 우리 교수도 빨리 내보내야 된다고 종종 말을 하더니 어제 defense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결국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음 발표는 몇 개월 뒤라는 애매한 공지만 남기고서 말입니다.

cancer center와 학교의 bioengineering의 여러 연구실과 코웍을 많이 하던 애였는데, 실험한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흉내만 내고, 정작 실험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던거지요. 그리고 미국애 치고라도, 너무 쓸데없는 side job이 많이 있었습니다. committee 중에 한 사람이 That's your defense 라고 지적까지 하면서 본인 자신의 데이타도 부족하고, 공동실험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하다며 면박을 주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 지도교수는 defense하기 전부터 얼굴 표정이 굳어 있었습니다. 시작 전, 나랑 이야기하면서 다른 committee 교수들이 안왔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하더군요. 알고보면 시작부터 떨어뜨릴려고 작정한 듯 했습니다. 이전에도 지도교수가 저렇게 학교생활하면, 나중에 recommendation letter는 한페이지도 못채울 것 같다고, 교수가 걱정 반, 푸념 반 하는 소리를 저를 포함한 몇몇 senior student들에게 하기도 했었거든요. 일반적으로 defense때 public session이 끝난 후에, 보통 20-30분 안에 closed session 후에 교수들이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웃으면서 나오는게 보통의 상황인데, 이 여자애는 1시간 30분이 지났는데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연구실의 다른 친구들은 설마설마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다들 순간 당황은 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며 별로 개의치도 않았을 뿐더러,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더군요.

알고보면 이 여자애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긴 있습니다. materials science에 있는 내내, confidential research를 수행하느라 논문, 학회 발표에 제약이 많았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 관련한 사람들끼리의 seminar나 conference에 참석해서 발표후에는 자료를 주최측에서 모조리 수거해서 가져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연구와 환경이 적성에 안맞았던거지요. 그리고 박사과정을 8년 동안하다보니 매너리즘이나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고요.

여튼 대학원 생활내내, 늦게 오고 일찍가고, 모든 일에 너무 excuse가 많고, 본인이 직접 실험을 해서 먼가 알아내고자 하기보단 다른 자료들만 읽고 argue하기만 좋아하는 터라 연구실에서도 약간 왕따분위기였는데, 그래도 저렇게 떨어진걸 보니 가슴이 아프긴 했습니다. 심지어는 가족들도 defense하는데 많이 왔었거든요. 다들 정장입고 축하를 해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다른 학교는 어떤지 몰라도, 여긴 defense할때 가족, 친지들이 발표장에 들어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해서 경청하고 축하해주는게 일반적인거 같습니다.) 근데 떨어졌으니, 본인은 가족들한테 참 민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격이 된거죠.

사실 미리 떨어뜨릴 작정이었다면, 대충 눈치를 줘서 가족들은 안오게끔 해도 됐을 법 했는데, 완전히 망신을 주기위한 defense였다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는 그런 발표였습니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는 참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게한 그런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