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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Talk in USA

책읽기

만약 친할아버지가 아직도 살아계셨더라면, 연세가 올해로 95세가 되셨을것이다.
할아버지는 나보다 유학을 최소한 70년 전에 이미 하셨다.
그리고 대학 때는 섬유기계공학을 전공하셨다고 했다.
연세가 많이 드신 이후에는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수학의 정석과 유클리드 기하학 책을 보셨다.
내가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이었을 때, 같이 큰 서점에 가서 그 책들을 손수 사셨던걸 잊을 수가 없다.
여튼 생전에 나에게 자주 하셨던 말은, 남자는 꼭 잘하는 운동 한가지는 있어야 하고, 항상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우리 아버지는 공부를 잘했어도,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무식하다고 매번 타박을 하셨다.
내가 뛰어나게 잘한다고 말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검도도 꽤나 했고, 테니스도 남들하고 같이 치면서 점수에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니 그거 하나는 지키고 있는 듯 한데, 책은 정말 읽지 않는 것 같다.
고등학생와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그래도 많은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그 뒤로는 기억나는 게 없을 정도니...
유학와서는 집에서 뒹굴뒹굴 할 시간에 책이라도 읽어보겠다고, 이전에 이미 읽었었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전집을  다시 읽어보겠다고 미국으로 공수받기도 했으나, 아주 책장에 가지런히 놓여있기만 하다.
갈수록 무식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막상 집안 책장을 보니, 거의가 전공서적, 기술서적, 논문 파일들이다.
한해가 지날수록, 나의 언어구사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점점 나이탓으로 돌리거나, 이 무료하고 고립된 유학생활탓으로 돌렸는데 가만보니 그게 아니라 책을 읽지 않는 무식함 때문이었던것같다.
지금 막 생각난 것인데, 근래에 읽었던 책이 있긴 있었다.
"열.혈.강.호.",  만화책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보는 유일한 만화책이다.

여튼, 책읽기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단순히 무식함일 뿐 아니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지성과 감성을 포기하는 일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성해야겠다.